언젠가..
고향친구녀석들과..아니...동네녀석들과 술한잔 하다가
유년시절을 회상하는 대목에 이르러...
부부싸움얘기가 나왔드랬다.
뭐...
아주 작은 시골마을에......뉘집에 검둥이가 새끼를 낳은것까지 속속들이 알았지만...
부모님이 싸울때마다...
특히...밥상머리앞에서...어린우리들앞에서 ....
'아버지'라는 권위에 걸맞게 한두번쯤은...밥상을 뒤엎었다는...
나는...우리집만 그랬는줄알았는데..
누군가가 이말을 꺼내자..
"울집도!"
"울 아빠도~!"
"느네도? 우리도야~!!"
ㅋㅋㅋㅋㅋ
(아마도...그당시 어른들사이에선..특히...아버지세대들에겐...그게 하나의 유행이였던갑다!!!)
내가 9살때였나보다.
그날도...무슨연유때문인지...두분이 밥상머리앞에서 언성이 높아지셨드랬다...
딸 네명이서....쭈~욱 둘러앉은....소박하기 그지없는....그러나...먹을때만큼은...요란하기 그지없던
그날의 밥상앞에서...
두분의 싸움에...일거에 정적이 흘러버렸다...
그리고..
내 왼쪽에 언니둘과 내 오른쪽에 동생은...슬그머니 수저를 밥상에 걸터놓았드랬다.
나는.....묵묵히....밥을 퍼서 ...계속....아무렇지도 않게 숟가락을 입에 가져갔드랬다..
그리고..몇초후...내 허벅지를 매섭게 꼬집는 언니의 손때문에...
불가피하게 나는...숟가락을 내려놓았는데...
내려놓은지 얼마되지않아...여지없이...
밥상은 우리앞에서 뒤집어져있었다.....
그일로인해...나는 "식충이"....'눈치코치도 없는년~! ' '냉정한년'이라는 수식어로 한동안...
아니...수십년이 지난 지금까지도...그 인식에서 벗어나지 못하고있다.
언니는 ....부모님의 싸움에...
싸늘한 표정으로
'어린 우리가 지켜보고있습니다' 라고 침묵의 항거를 하자는 거였을터....
그러나...
정말....
나는...그때....9살 그떄....아니...지금까지도...
내생각은 이랬다.
'토끼같은 새끼들이...밥상머리앞에서 열심히 밥먹고있는데...설마 아빠가 섣불리 밥상을 엎으실까?
아빠의 '욱'하는 성질을 어린자식들의 철없는 숟가락질으로 잠식시켜주는게 낫지싶은데~'
라는 마음으로....끝까지 밥먹는 행위를 그 싸우는 와중에도 고수한거였거늘...
설마한들...
그 분위기에.....내가 정말...배고파서....식충이라서 밥을 퍼먹었을까?
지금와서....
이런얘길해봤자....
뭐 크게 달라질것도 없는것을.......
휴...
암튼....
밥상.....
지금은...들을래야...힘꽤나 써야 들어지는...무거운 식탁으로 변한지라..ㅋ..ㅋㅋ
# 사진은....언젠가...울산댁집에 놀러갔을때..울산댁이 차려준밥상이였음...
싸이에...실린...어릴적 밥상다운밥상이 없어서....그나마 제일 소박한 밥상같아서 여기에 실어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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