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랄의 일상사

넋두리하나

2015. 8. 20. 10:36 : 短想
아침부터
주인이 손길을 고대하며 그들을 제거해주길 인고의 시간을 버텨온~ 케케묵은 먼지와 쓰레기더미들을 제거했다.

그러면서 드는 무수한 생각의 파편하나...

거지다.

'나는 거지다.'


이런.....

풍요롭지못한 환경에서 보낸 유년시절~
어느날 친구네집에 마실을갔는데~
마침 그친구가 방청소를하고있었더랬다.

1980년대 중반의 시골마을에서는 쓰레기통하나없이~ 죄 마당으로 버리고~ 그 마당의 쓰레기들은 빗질을 통해 죄~ 아궁이로 들어가서 불쏘시개가되고~ 그 재는 또 밭에뿌려지고~...
그런시스템이였다.

암튼...
마당에 흩어진 ...
그녀의 빗자루질에 일격을 당해 마당으로 낙하된쓰레기들이란게~ 내눈엔 제법쓸만한것들이였다. 아니 참 그럴싸해보였다!
멀쩡해보이는 열쇠고리...뒷면이 여백이 제법있는 종이..잉크가다해졌는지 그것만빼면 디자인이 퍽 세련된 심지어 탐나기까지한 볼펜.....멀쩡해보이는 동전 지갑등등~

왜 그렇게 그럴싸한걸 과감하게버리는지 도통 이해가 안갔지만~ 꼴에 자존심이있었던지~ 그걸 달라고말은못하고...애타는마음과~버려지는 절대 내겐 허용치못하지만 친구에게선 쓸모없는 쓰레기로버림당해지는 운명을 맞닥뜨리는 그들의 처지를 측은지심의 마음으로 바라보았던...
그때가....
오늘아침 청소하면서 떠올랐다.

한국살땐 한번도 눈여겨본적이없던 거지들..

이곳 시드니 에도 제법...아니 꽤 많다..
그런데 그들의 공통점하나...
하나같이...짐이 많다는거다.
대체 그 봉다리봉다리엔~ 무엇이 담겨있을까~..
호기심에...정말...유심히....본적이있었다.
별거없다. 먹다남은햄버거...쓰레기보다못한 옷가지...신발...빈봉지봉지...신문지말이~ ..

그냥 길거리에냅둬도 아무도 관심조차두지않을~ 쓰레기더미들을 뭉탱이뭉탱이챙겨서 개똥벌레마냥
힘겹게 그것들을 이끌고~ 투벅투벅~

내가 딱 그랬다.

헤집어보면~
쓰레기더미로가득찬 내머리속과..
아무것도아닌데 함부로못버려서~
차곡차곡쟁여놓다못해 산적해버린 잡동사니~
정리하지못한채 묵혀둔 수만장의 사진들...
그리고 숱한 인연들과 미련들...회한까지~

아침청소하면서 쓰잘데기없는물건들을
또다시 과감하게 버리지 못하고 이곳저곳에
쑤셔박아놓아버리는 내 자신을보고..

거지같다는 생각을 다시금했다.

그래서였을까..

새로운것이안찾아온다.

내 구질구질한 과거를 청산해야..
새물건 새사람이 버젓이 위력을뽐내며~
자리매김할수있거늘...
내안에 내가 너무도 많은것이아니라..
쓸어버리지못한 쓰레기더미때문에..
이젠 내 자신마저도 썩어가고있는건아닐까..

아침부터...
이런 쓰잘데기없는..
넋두리하나 해보았다..
에잇!!!!!!!!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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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하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