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랄의 일상사

국수한그릇

2021. 11. 16. 04:14 : 카테고리 없음

정박사(아는게 너무 많아서 언니가 똑부러진것이 박사님같다며 붙인 별명)네가 캠시에 온다케서...
마침 그 시간(9시)에 치과예약을 했다며....함께 커피나마시자고 해서 만남이 이루어졌다.
<알고보니....나의 치과예약은 2주뒤였다는....
이 망할놈의 기억력>
rootyhill 에서 9시병원진료예약인 캠시까지 오느라 7시반쯤집에서 서둘러 출발하셨다카니...못해도 6시쯤일어나서 오시느라 아무것도 안드신모양인지 밥집부터 찾으셨다.
오래전 캠시가 호주의 첫 한인타운이라할정도로 한국상점들이 즐비했는데..이제는 정말 눈씻고 찾아봐도 볼수없는게 한국식당....
하야..
내가 언니랑 넙덕이 학원 끝나는 시간을 기다리다가 배고픔에 못이겨 그 앞에있는 월남국수집에 종종 들러서 먹던게 생각나 그곳까지 뫼시고갔다.

정박사의 남편이 위내시경과 대장내시경이 끝나려면 12시가 족히 넘어야겠기에....
그 지루한 시간에 커피보다는 요깃거리가 먼저였을터...

굳이 나이든양반이 밥은 사야하는거라며...
국수값은 당신이 내겠다며 작은 언쟁이 일렁거렸으나 이내.....커피는 내가 셈하겠노라며...
한발물러섰다.


한두젓갈 후루룩 먹고있는데..
묻지도 않은 본인의 스토리를 펼치시는 정박사..
지난번 rootyhill 집에 찾아갔을때도...
왜 내앞에서 말이 많아지는지모르겠다며....
이야기만하느라...한두시간만 머물다 올걸로 예상했던 나의 그날의 스케줄은...하루가 다 거기에 쏟아버릴정도로...훅~ 하고 통째로 남은 일정이 날라가버렸는데..어제또한 마찬가지였다.
1시간정도 커피를 마시고 물건사러 거래업체들러서 가게정리하러 가는게 어제의 일과였는데....
10시에 아침국수를 먹고....11시넘어서까지 커피를 마시면서 이야기보따리가 펼쳐지는통에...
물건사러가는건 ..ㅎㅎㅎㅎㅎ

그런사람이 있다.
분명 넋두리는 아닐테고..
묻지도않았는데...본인의 삶의 이력을 쭉 나열하는사람...
어제 정박사는 그랬다. 마치...
[처음뵙겠습니다. 라는 인사를 건네며 주머니안쪽에 손을 넣어 자신의 명함을 꺼내서 상대방에게 주는...
]

짐작은 했었다.
아니 그냥 guess 였다.
그집에 놀러갔을때 ...
아니 그 이전부터..

그럴꺼같았지만....굳이 안물어본건...궁금치않아서였을까? 아님 이젠 더이상 상대방의 사생활이 과거가 굳이 호기어리게 다가오지않아서였을까?

그렇게 삶의 이력을 내게 펼쳐보였을때도...
내가 보인반응또한....
거기까지였다.
곁가지를 치지않은 질문...그저 호응만해주고...
현재의 상황만 물어봤을뿐이다.

행복하시냐?
행복하다...
그럼된거죠!

그런게 아니겠는가.
내가 이 순간에... 만족하고...행복해하는거...
그거면 된거아니던가?

다만..
나의 2초간 잠시 고뇌를 하게만든...

GIVE and Take

과거의 나라면..
상대가 40을 보여주면...나는 60을 내어주며..
서로의 공감대를 친밀의 밀도감을 더 높이거나 응당 그래야한다고 생각해서 같이 수다에 양을 부풀렸을터인데...

굳이 그러지않기로했다.
내가 곁가지질문을 하지않은것도..
정박사가 내 삶의 여정에 궁금해하지않은것도
무관심해서가 아니라... 굳이 안물어도 될것만 같았기에...
받기만하고 주지못하는 미안함을 갖지않기로했다.

그건 상대를 기만하는게 아니라..
내가 이미 그 자체를 받아들이듯...
그분또한 나자체를 받아들이실꺼기에...

정박사와 헤어지고 오는길에..
그리고 지금까지...
나의 주저함에.... 미련을 갖지말자...로 결론지었다.

그럴수도있는거다.

그럴나이가된거다. 이제 나는!

위 내시경과 대장내시경때문에 고창오라버니(정박사의 남편의 고향이 고창이라는걸 알고부터 재미삼아 이렇게불러댄다)는 전날부터 내내 굶으셨댄다.
그럴까봐....혹시나해서....새벽에 죽을 끓였다.
노친네들이 새벽부터 밥을 해 잡수고 오셨을것같진않고....올해 첫수확한 깻잎짱아치랑 함께넣었다...
아닌게 아니라.. 너무 좋아라하신다.
스트라나 들러서 요기라도 하시게끔하려했는데....가는 차안에서 드시게하심 좋겠다고....! 다행이였다! . 가시는길에 혹시라도 드시지않을까싶어 숟가락하나도 넣었더니...넣길잘했네!

어쨌든...
내쪽에서 먼저 맺음을 해야했다.
가게가서 난장판인 물건정리를 해야겠기에!

그렇게 ...
또..
하나의 인연이...
아는 사이가 아니라...
인연이 다가오고있었다.
귀한 인연!

아이쿠...
올 크리스마스엔 챙겨야할 사람이 참 많네!




Posted by 하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