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랄의 일상사

꾸준함...

2020. 6. 16. 11:22 : 카테고리 없음

3년전쯤...
한때...
한동안 새벽마다 조깅이라뭣하지만...
암튼 지금처럼 산책을 했었다.
지금처럼 매번 일출사진을 찍고...
공기 흡입하고...
감탄하고....
어느틈엔가엔 만보기 어플까지 깔고 얼마만큼 걸었는지 혼자서 막 체크하고...

코로나로 집에만 있던 3개월....
말 그대로...
확~ 찐!!!! ~ 자가되버려서....
뭐라도 해야겠기에 다시 시작한 새벽산책...

젝일!
왜 진작 시작을 하지못했던고!
shut down에....
내 의지와....용기마저 꽁꽁 닫아버린듯...

그리고 나는
3년만에...
그녀를 보았다.

3년전
늘 한결같이
같은시간에
같은 속도로..
늘 같은 오른쪽편에서
같은 포즈로 뛰던...

오늘도..
그때처럼...
그 어떤 흐트럼없이...
혼자..

매번 같은시간에 마주치던 사람들중 그녀가 유독 내눈에 띄었던건...
그녀의 뛰는 자세였다.
뭔가 어눌하고..
서툴고..
정상같지않은..
깡마른...
미안하지만...
딱 소아마비와 다운중후군..그 경계의...

좀처럼 쉬지도않고 앞만보고 무작정 내달리기만하던 ..
그닥 느리지도않고.....
그렇다고 빠르지도않았던 그녀의 뜀박질을.
매번 길위에서 마주치면서...
게으름으로 찌든 나자신을 질책하며..반성하며...걷기만했던 3년전의 나...

3년이 지났지만...
여전히 그 길위에서 한곳만 응시한채 총총총총
그 새벽에....
3년전 그때처럼 그녀는 뛰고있었다.

그리고....

3년동안..
그녀의 다리는...
앙상함에서.....근육으로 완전무장된..
프로선수같은 딴딴한 장단지로 변모되어있었다.

이제는 뭔가 숭고함마저 느껴졌고..
존경스러운 마음이 절로 나왔다..

매일..
그녀를...
그 길위에서 ...
만나야겠다.

나에게 결여된
'꾸준함'을
'한결같음'을...
그녀로부터 배워야겠다.

윤동주가 우물속에비춰진 미움과 가여움과 그리워지는 청년을 보았다면..

여전히 뜀박질하는 그녀의 뒷모습을 보면서
나는 약해빠지고 초라한 나를 보았다.

Posted by 하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