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랄의 일상사

소외

2020. 6. 8. 06:31 : 카테고리 없음

어릴적...
내기억엔...아마도..5학년때쯤인듯한데...
매년 여름이면 오곤했던 대학생들의 농촌봉사활동 일명 '농활'을 경험했던 사람(?)들이 아니, 우리동네로 왔었던 그 언니오빠들 일부가 가을 추수무렵에도 또한번 방문한적이 있었드랬다.

당시 나의 고향은 모내기며 벼베기며...탈곡에 이르기까지 어디하나 사람솜이 닫지아니한것이 없을정도로 여락하고..가난한...그런 시골 그 전형이였다.

때문에 우리집은 내가 아주 어렸을때조차도 일손이 모자랐기에 밭이며 논이며....장난감과 연필이 들려있어야할 여름철에 우리의 그 작은 손은 매번 들녘에 나가있었다.
사정이 이렇다보니 여름 농활에 내려온 20대 건장했던 그 귀한 일손을 접하지못했던 우리 아버지께선 가을추수무렵에 내려온 대학생들의 손길을 냉큼 빌려와 벼베기에 투입시켰고, 당연히 일을 마친 그날 저녁은 우리집에서 일손들을위한 밥상이 펼쳐졌었다.

일은 이때 펼쳐졌다.

우리집은 그때 외지로 나간 오빠들을 빼고 딸들만 남아있었는데....당시 고등학생이였던 언니생각엔 어린동생들이 있었던것이 너무 창피했던 모양이였다. 지금이야 2남5녀리하면 기함을하며 나자빠지지만, 당시 우리동네엔 아니 고향대부분의 가정에서 3남매며는 제일 소박했고..9남매...11남매까지.아우를정도로..대가족이 적지않았다.
내 생각엔...농촌에서는 ..고사리손마저도 일손으로 치부했기에 벌어진현상이 아니였을까....싶다만...

여튼!
그러에도불구하고 한창 질풍노도의 시기를 보내고있던 언니눈에 나와 내동생은, 서울에서 내려온....함께 저녁상을 나눠야할 서울에서온 대학생오빠(?)들에게 보여지면 안되는 누추하고도..창피함...수치스러움의 장면이였기에..
엄마를 도와 저녁상을 준비하던 언니는 우리에게 단단히 엄포...아니.명령을...불호령을 떨어뜨렸다.

'절대 작은방에서 한발짝도 나오지말며....
아무소리도 내지마! '

식사가 끝날때까지...
그 대학생오빠들이 떠날때까지...
어린 나와동생은 그 집 사람이 아닌...
무존재로 몇시간(기껏해봤자...2시간여?) 골방에 처박히는 신세로 잔락했어야했다.

분주히 식사준비를 해가는 부엌에서의 소리가 차츰 사그러들고....요란한 숟가랃과 젓가락 사이로 넘쳐흐르는 대화소리....
다끝난 식사에 올릴 숭늉을 퍼가기위해 부엌에 난 문을 열고 누군가 나와 큰 밥솥뚜껑을 열어제끼는 소리....

그리고 한참만에야 이 모든소리가 안방에서 마루로.....토방으로....마당으로....골목으로 차츰 소리가 옅어질무렵..
"나와"
하면서 열렸던 작은방 문이 열린과 동시에 퍼진 언니의 목소리....
해방의 기쁨이라기보다는 ...
이제야 밥을 먹을수있는 기쁨보다는...
서글픔과 소외감이 폭풍처럼 휘몰아쳐서 한동안 움직일수가없었다.
그리고...30년도 훨씬 지난일인데도....
그때의 선명했던 기억은...아픔은....때때로...밀려드는 추억 한 귀퉁이에서.....여전히 나를 비참함에서 쉽사리 헤어나오질 못하게한다.

두꺼비씨가 갑자기 여행간다고했을때...
'갑자기?'라는 생각을 왜 했는지는 모르겠다.
분명 금요일오전에 강원도의 사북에서 이모가 사는 성남으로 간다했을때..
전날 얘기한...휴대폰분실을 대비하기위해서 보험(?)같은 약정을 들어라고 자꾸만 연락온다고..그거 서류작성하러 성남에 가야하냐거 묻길래...안해도된다...걍 무시해도된다....필요없다...뭣하러 가느냐....요랬는데.....기어이....그거하러 팔랑귀마냥 홀라당 감언이설에 넘어가 상경을 하는줄알았다.
그리고...
저녁에 보낸 사진하나..
"쑥아.....너꺼랑 주마담꺼 빠스샀어!"


"아니 왜그래! 시장통에서 막 파는 싸구려 빤스면됐지! 뭔 저런 비싼 빤스를 사고그랴!"
정말 그랬다.
한국간 두꺼비씨가 뭐 필요한거 없냐고 물었을때...다 낧고 헤진 빤스뿐이라...부담없이 한장에 천원 이천원하는 시장통 좌판에 펼쳐진 싸구려 빤스를 생각해 그걸 주문한건데...필요이상의 좀 비싸보이는..그럴싸한 상자에든...개별포장된 빤스는....부담으로 다가왔던게 사실이다.
그럴꺼면 애초에 말도 안꺼냈을터...

"아니여! 재난지원금이 쏠쏠해야~ 그걸로 산거여~"

10년넘게 호주살다 코로나때문에 귀국한 언니가...
한국정부로 받은 30만원이 넘는 재난지원금은...염치없지만 꽁돈과도 같있다며...

그리고...
모란시장 한귀퉁이에서 언니가 좋아하는 칼국수를 사먹었는데... 맛도없고...그거먹고...체해버렸단다..

이 대목에서 내가 눈치를 까버렸다.
아니지....
금요일 오전에 상경했던 언니가....
하루만에 갑자기 경포대로 가는 기차안에서 강원도 어디를 가는데 좋냐고 물었을때....의아했다.
'갑자기?'

내가 두꺼비씨를 처음본건 작은방에 감금(?)되었던 즈음이였을꺼다.
한번도 누추한 우리집에 자존심에 스크래치가 난다며 그 어떤 친구를 데려와본적이 없던 언니가 떡~ 허니..여름방학에 유.일.하.게..울집에 데꼬온..
그 사람이 바로 뚜꺼비씨였다.
물론 그 뒤로도...심지어 우리의 자매가 모두 상경해서 서울 지하방에 살때조차도 우리랑 같이 살게되었으며....호주왔을때도..언니집서 또 몇년을.....그리고 한국가기 몇주간....또 내 집에서...

울언니는 매번 그랬다.
블쌍하다고..

가난하고...누추하고..그런 집에서 살고있는.....그럼에도불구하고 자존심이 쎈....그래서 그 자존심에 흠짓이 날까봐 겁났던 언니가 느닷없이 고2땐가 데꼬온사람이 두꺼비씨였다.

이 반가운 일손을 놓칠일없는 꾀쟁이 우리 아빠는 막바로 밭일에 투입을 시켰드랬다.
당시 우리집은 담배농사를 지었는데...출하하기까지 전과정이 사람손으로 다 처리해야만했었드랫다.
그날 우리는 밭에 설치된 비닐하우스에서 엄마아빠가 고랑고랑마다 따온 연초잎을 크기와 품질에 맞춰 나누고...한쪽에선 겨우내 아빠가 안방에서 꼰 세끼줄에 그 담배잎을 엮어내는..
2미터안에 촘촘히 그리고 재빨리...그러나 정확하고도 야무지게 엮는 그 작업이 우리의 주 업무였다. 밭 고랑고랑을 다니며 잎을 따와서 비닐하우스에 내려놓으면 다 엮어논 담배꾸러미가 제법쌓이면 건두장대에 묶는 것까지하고서. 다시 밭고랑사이로 잎따러 가시곤했었는데...

아빠입에서 새어나오기 한참 전부터 나도 의아해사 되뇌였던 말..
'뭐여~?'

그렇게나 야무지고 속도도빨랐던...울아빠가 무척이나 흡족해마지않던 울언니의 일하는 실력...
적어도 그런 울언니의 친구라면 '유유상종 , 초록이동색, 끼리끼리'라는 진리마냥 두꺼비씨는 적어도'우와~!' 이정도는 아니였어도
'역시~!' 라는 반응정도는 나왔어야했거늘...

"뭐여~?"

아빠가 뱉기전부터 나도 생각했던..
딱 그 반응이였다.

알고보니....
두꺼비씨는 당시 시골살이가 2~3년밖에 되지않은...그래서 어린 나보다도 밭일의 경력이 월등히 못미치는...그런 상황이였던거다.

완전 가난하고 볼품없고 누추한 우리집에 그런곳에 언니가 서스럼없이 데려올만큼 두꺼비씨의 상황은 더 극한에 몰려있었다는걸...나중에...아주 나중에 알게되었다.

외출한 엄마가없던 날...
느닷없이 들이닥친 고모손에 이끌려 시골로 내려온 두꺼비씨....
그리고 펼쳐진 낯선환경..
한참만에야 정신을 차리고보니 부모님은 이혼하였고....그 누구와 작별의 인사도...배웅조차도 없이 그렇게 앞못보는 할머니집에서 고등학교 졸업할때까지의 삶이 시작되었던것이였다.

그리고 뚜꺼비씨엄마는 새 가정을 꾸렷다.
물론 아버지도 새살림을 차렸다.

10년이 넘어서 만난 엄마에게 작은 아들이 생겼다는것과.....그곳이 강원도라는것 역시 한참후에 울언니 입을 통해 들었었다.

그 아들..
그 어린 막내동생이...
여자친구를 주말에 인사시키러 데려온다고 했단다.
난생처음 아들래미의 여자친구...어쩌면 며느리가 될 그 여자친구의 방문으로 집은 아니, 엄마의 정신은 어수선해져버렸다.
몇날며칠 대청소를해도 낡은 가구가 자꾸 거슬려하길래....두꺼비씨는 큰맘먹고 돈1000만원들여 다 싹 바꿔줬었나비다.

한국가기전 나는 두꺼비씨한테 여러번 일러줬다.
'언니 엄마도 곧 늙어...효도할기회는 어쩌면 이번이 마지막일꺼야...마음껏 엄마의 정도 느끼고...후회안할만큼 좋은시간보내고오소~'

그리고... 서울사는 남동생이 여잘 대려오기 하루전...여자친구가 부담스러워하니..그동안만 잠시 집을 나가줘있으며 안되냐며...

그래서 시작된 경포대행이였던거다.

좋은 경치가 눈에 들어올리만무하고...
맛난 음식을 먹어도 그게 느껴질리만무한 상황...

새 살림을 차린 엄마를 찾아갔을때,
일요일아침 엄마는 피곤한 딸래미를 깨워 교회에 데꼬가면서 말했단다....
'넌 내 옆에 앉지말고 저 구석진곳에서 예배드려!'

새 삶을 시작한 엄마의 공간에서..
두꺼비씨는 ...더이상 누구의 딸도...누구의 누나도 아니게 된...

늦은밤 경포대의 호텔에 술을 사들고 들어온 두꺼비씨는 전화기를 통해 내게 울부짖고있었다.

"쑥아....씨발...나 다 늙어서 고아되었어!"


Posted by 하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