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랄의 일상사

엄마

2020. 1. 30. 09:11 : 카테고리 없음

아침 출근길에 엄마한테 전화를 걸었다.
온전히 잠에서 깨지않은...다분히 몸 상당부분이 이불에 걸쳐진...그런 목소리로..
<여보세~요 ~?>
'엄마! 나야! '
'엄마~ 낳아주셔서 감사합니다~!'
<으~응>
'엄마! 내생일이라 엄마한테 젤 먼저 전화했어!'
<으~응!>
'엄마! 낳아줘서 고맙고 감사하다고!'
<으~응!>

뭔가....갑자기....걱정과 서운함이 뭉탱그러져서 이렇게 묻기만 하면 안될꺼같다는 불안감이 엄습해와버렸다.
80을 넘긴 노친네된 울엄마가..
이제 말까지 점점 짧아지는게 어제오늘일이 아니기에.... 가급적이면 엄마의 답변이 한문장이 되게끔 질문을 유도하려고 노력을 하는데..
어제아침도 마찬가지의 답변이 나오고야말았다.
그래서 다시 인내를 갖고 ...
비록 엎드려절받기일지라도 줄기차게 졸라대봤다!
'엄마!! 엄마딸래미 생일이니까 좀 축하해줘봐!'
'내가 그래서 전화한거여!'

그러자 갑자기 수화기너머 엄마의 힘센...거침없는...전혀 흔들림없는 노랫소리가 들려오기시작했다.

<생일 축하 합니다. 생일 축하합니다! 사랑하는 내딸래미(내이름을덧붙이며) 생일축하합니다!>

내 기억속...
처음일...난생처음일 엄마의 생일축하곡..
그것도 오롯이 나만을위한 내 늙은 엄니의 축하송을 듣게된것이다.
뭔가....뜨겁고....가슴이 뭉클하고...감사함과...알수없는 감정들이 확~ 올라와버려 눈을 어지럽게 만들어버렸다!
녹음이라도 해둘껄....녹음이라도 해놨었음!!! 이런 후회까지 밀려와버린건...노래가 끝난후 정신을 다 차린후에였다.

이런 생일이....
엄마한테 축하곡을 들을수있는 나날들이 얼마나될까싶은것이...가슴찡한 ....그런날로 만들어버렸다...


Posted by 하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