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랄의 일상사

명준이

2022. 1. 19. 19:06 : 回想

아랫집 양동댁네 손자 명준이...
내가 기억하는 한 그를 인지한건 초등학교들어가기전부터였던듯하다.
매일 있었던건 아니다.
나중에야 알게된거지만 맞벌이하는 양동댁네 딸래미가 방학때거나 혹은 무시로 아이들을 시골에 맡기곤했던거였다.

그집아이들이 총 세명이였다.
큰형 명렬, 둘째 명준, 셋째 명현..
명준이는 나랑 동갑이였고, 명현이는 내동생 순진이랑 동갑이였다.

어떤 계기로 우리가 한때 친해졌는지모른다.
우리집에 종종 놀러왔고...
그때마다 마당에 풀어논 장닭은 유독 이들형제들에게   미친듯이 달려들어 혼비백산케만들곤했다.

소꿉장난도 했고..
눈이 무척 많이 내리던 날엔 양동댁네 집앞 개울에 이글루를 만들어 까르륵 까르륵 웃음이 떠나질 않았던듯하다.

어느해인가 들녘을 거닐다가 풀섶에 앉은 잠자리 한마리를 낚아채서 내게 주던 10살의 명준이는 그렇게 멋있을수가없었다.

그리고...

그때를 끝으로...
내기억속에서 그 형제들과의 추억은 더이상 이어지지가않았다.
기억이 없을리가없다.
매일 매일 양동댁네 집을 지나칠때마다 귀를 쫑긋하며 이제나 저제나 놀러왔을까...안왔을까...하고 지나갔으니까...

당돌하게 양동댁한테 '명준이는 언제 또 와요?'
혹은 '명준이 주소가 뭐예요?'
물어볼 생각조차 해본적없는...
어린 나는 퍽 활발하고 명랑했으나...이런면에서는 전혀....숫기가없는 딱 그런 수줍음 많은 소녀였다.

그럼에도불구하고 내가 중학교들어가고 사춘기가 찾아올때까지...
명준이는 가슴속에 살아있었다.
그리움이였다. 그리고 동경이였다.

인터넷이였다.
아마..
연결고리가 전혀없던 명준이...
그를 찾아내는건 서울에서 김서방찾기였을터...
이름석자와 나이만 알고있는 내가...어케 찾아낸지..
까먹어버렸다.

그리고...
저날 만났더랬다...
십수년만에 만난 우리는 그저
감으로 만났다.

유년에서 청년으로....그렇게 훅~ 세월이 껑충~

명준이는 휴학후 군대를 갔고..
제대후 복학대신 수능을 다시봐서 ...
웃기게도 나랑 같은 학교에 다닐예정이라고...

나의 오지랖은 또 발동이되서  그시절 미친듯이 자취방을 사방팔망 막 쑤시며 다녔드랬다.

그리고...
그리부터

꼭 20년이 흘렀다.
그러네....재회후 꼭 20년이 흘러버렸네...

간간히 페이스북에 올렸던 그의 아들래미사진을 바라보다, 딱 명준이의 유년의 나이만큼 차오른 아들래미사진을 바라볼때의 느낌이란...참 묘했다.

생각해보니 내 욕심에 굳이 명준이를 끄집어내놓고 친구다운 친구의 모습을 혹은 친구로서의 '정'이란걸 제대로 보여준적이 없는듯하네...
언제..한국가게되면....
중년이된 모습으로 술한잔하자고...
꼭...연락을 해볼요량이다!

몇 있지아니한 내게 있어 귀한 남자사람친구인데말이다!

그래도 한 가정의 가장으로 멋지게 잘 살고있을 그를 응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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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하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