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랄의 일상사

평균대

2018. 1. 7. 09:52 : 短想
거침없이 내뱉는 말투와는 달리 나는 퍽이나 소심하다.
아니지.....
생각이 너무 많다는거..
모든 경우의 수를 생각해보고 또 해보고..
이건 '신중함'과는 전혀다른....
그냥...
주저주저....

어릴적(내가 인지하기에)처음 접해본 국제게임이(물론 TV로) 86년 아시안 게임이였다. 그 중에서도 유독 내게 큰 인상을 줬던것이 체조...평균대위에서 펼쳐지는 현란하고도 우아한 손짓발짓을 해대던 가녀린 체구로 그 작품(!)을 펼쳐대던 여자체조선수들의  몸짓이였다.

그즈음...우리 학교에도 그 평균대가 마침 운동장 한 귀퉁이에 놓여있던걸 발견한나는...방과후 틈틈히 텔레비젼에서 보았던 그 몸짓들을 아슬아슬한 평균대위에서 어설프게나마 따라해보곤했다.

조금만 한눈을팔아도...
어느한쪽에 힘만 줘도 곧장 바닥으로 떨어져버리곤하던..말 그대로 곡예...그 외줄타기의 기초버젼이였을게다.

겁많던 내친구 대부분은 떨어질것이 겁나 시도조차 안해보고설랑은 그저 내 하는것만 쳐다보곤했던...

그 아슬함을 아찔함을 즐기는 게 좋아서라기보다 체조선수처럼 그 위에서면 거기서 펼쳐지는 손짓을 해대면 뭔가 나도 우아해보일지모른다는.혹은 도전의식이 잠재된....무작정 따라해보기였었을...

30여년이 지난 지금...
그때처럼 나는 지금 평균대위에 서있는 느낌이다.

왜 내가 올라와있는지 그때처럼 분명한 이유를 모르는채로...

겁이나진않지만...
어쩐지 떨어질것이 분명하고.
내 모든 몸짓하나하나가 웃음거리가 될게 뻔한 ...
도전의식따위는 전혀없으면서..
자기장과같은 힘에 이끌려 무의식과같은 상태로 올라와보니...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한 나를 발견해냈다.

그냥 터벅터벅 걸어가야할지..
땅으로 내려와야할지..
뭔가를 시도하다가 '아얏' 하고 떨어져야할지..

그 아슬아슬한 좁디좁은...그러나 생각보다 긴...그 평균대위에
우두커니 서있다.

불쌍한
내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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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하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