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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지

2018. 1. 21. 09:47 : 短想

어제 오전, 두 노인네가 한참을 반지와 실갱이하다가 다시 돌아보고 오겠노라며
세시간여후쯤 다시 나타났다.

족히 80가까이쯤되어보였을 세월이 꽉 차다못해 넘실대던..
그러고도 또 한참을 이것저것 껴보기를 무한반복.....

'Are you happy with this?'

오전에 그들을 서브할땐 몰랐었다.
두 노친네가 그토록 찾고있던것이 커플링이였다는걸.....

또 그렇게 한참을 끼워보고....서로한테 의견을 물어버고...비교해보더니...
무척이나 흡족해하며 두개의 반지를 샀다.
그리고 나에게 한마디 하고 사라졌다.
'We will get merry!'

작년말 호주에서는 동성애결혼을 찬성하느냐 반대하느냐를 두고 국민투표를 붙인결과 압도적이진 않지만 여튼 동성혼을 찬성한다는걸로 결론이 난 이래.. 크리스마스를 전후해서 우리 가게에서도 그즈음해서 유난히 많은 동성커플들이 찾아와 반지를 사갔었는데..
어제는 그들중 최고령이였다.

누군가가...
나에게 동성애와 동성혼을 찬성하느냐고 묻는다면 나는 여전히...자신있게 대답할수는 없다.
하지만...잠정적으로 장기적으로 '가족'이라는 의미를 부여해서 생각한다면
응당 '찬성'을 해야하지않을까싶다.

몇해전 친한친구아버지가 돌아가시고나자, 그전까지 생각조차 해본적이없던 친구의 가족명부에...
수십년간 엄마라고 불리었던 친구와 친구의 엄마사이가... 아버지의 사망처리로인해 하루아침에 '동거인'으로 둘의 관계가 적어도 국가가 정한 서류상에서는 그렇게 명기가 되버렸던거다.

법적인 관계가 뭐가 그리 중요하겠냐마는..당장 친구엄마가 사정상 일처리를 못할시...은행업무며 관공서의 서류한장조차도 쉽게 접근할수없다는 명백한 사실앞에 다시한번 새엄마가 갖는 위치를 친딸이 아니라는 자신의 처지를 절감했노라며 넋두리처럼 쏟아낸후로...

동성혼을 그토록 동성애자들이 바란 이유를 차츰 이해하기시작했다.

그들이 바란것은 사랑으로써만이 이루어진것이 아닌, 말 그대로 법적으로도 완벽히 보장되는  진정한 '가족'을 원했기에...끊임없이 목소리를 낸것이 아닐까하는...


그래서 어제 만난 두 노친네의 동성으로서의 '결혼'이 남다르게 다가왔다.
그들 사연이야 어떻든간에....
안쓰럽고...짠하고..뭉클하고...

그랬다는 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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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하랄